2018/03/27

Digital hoarder에서 벗어나는 법 (1)

▲내가 지금이라도 정리 하고싶어지도록 만든 짤 https://rbt.asia/g/thread/65189324/

나는 오랫동안 지독한 digital hoarder였다. 약 7년 전부터, 새로운 짤이라곤 눈에 보이는대로 저장하는 버릇이 들었다. 구글에 단어를 쳐서 나오는 사진들을 전부 다운로드 받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돌아다니는 사진들은 모두 내 다운로드 폴더에 쌓여있다. 폴더 하나가 아니다. 예전에 쓰던 휴대폰, 2대의 태블릿PC, 오래된 랩탑, 지금 쓰고 있는 랩탑, 지금 쓰고있는 휴대폰. 예전의 휴대폰에서 백업한 것들, 백업하고 다시 받은 것들, 다운로드 폴더가 너무 느려져 옮긴 폴더들, 옮길 폴더도 가득 차 새로 옮긴 폴더들, 그것들은 내가 손댄 전자가기 어느곳에나 쌓여있었다. 모든 이들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본능이 있다는데 나는 내 하드드라이브를 파괴하는 본능도 있었다.
받은 종류도 다양했다. 야짤, 혐짤, 국내 밈, 양놈들 밈, 게임움짤, 작품 포스터, 커뮤니티 유저들의 흔적들, 웃긴 글들의 스크릿샷, 멋진 건축물, 작가를 모르는 예술작품, 멋있지도 않은 예술작품, 습관적으로 받은 씹덕짤, 기사를 캡쳐한 것, 풍경, 자동차 컨셉샷, 달리고 있는 만화의 일부분, 혹은 그 만화가 야한 만화였거나, 다운로드하지않고 내가 기록을 남기고싶어서 찍은 스크린샷도 많았다. 이것들의 절반은 내가 관심도 없는데 받은 것일거고 반의 반은 나중에 다시 업로드할 수 있어서 (유행하고 있어서) 받은 것일거다. 혐짤이나 야짤의 대부분은 그저 야짤이거나 혐짤이기 때문에 받은 것일테고, 내가 일말이라도 좋아하는 것들은 10%가 인될 것이다.
과거의 나는 이것들을 모으는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폴더에 쌓여가는 이미지들을 보면서 이 데이터로 뭘 만들어낼 수 있을까 기대했다. 인터넷에 글을 쓸땐 매 번 새로운 사진들을 첨부했다. '랜덤짤 달린다'같은걸 시작하면 뭔가 의미있었다는 기분도 들고. 스스로 "전통적으로 보관의 가치는 잘 버리는데에 있었다. 영구적인 보관이 가능한 현대에 가치는 잘 모으는데 있다."라는 말도 지어내기도 했다 -스스로도 hoarding에 회의적인 때 지어낸 말이라 금방 안믿게 됬지만-. 빅데이터를 생각하면 맞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 데이터는 그렇게 빅- 하지 않고 나는 데이터를 먹어야하는 봇도 아니다. 봇을 굴릴 생각도 (별로) 없다. 자금으로선 단지 타임캡슐을 매장했는데 거기에 정리가 안된 쓰레기가 담겨있으며 썩어가고 있을 뿐이다.
나는 더 이상 이걸 방치해두지 않고 언제나 준비된 라이브러리 혹은 아카이브로 바꾸려고 한다. 이 시도가 훌륭하게 마무리되길 바라면서, 과정중에 찾아낸 방법들과 노하우, 이에 관한 내 생각들, 아니면 정리중 찾아낸 자료에 관한 썰들을 연재하도록 하겠다. 이걸 읽을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가 되길 기원하며 열심히 쓸것이다.


▲ 이 영화를 보고 가장 기억남던 장면,
When everything was new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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